변신로봇의 로망, ‘리트럭터블 라이트’

남자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요. 어린 시절 로봇을 조종하고 싶다는 욕망이, 성인이 되어 자동차에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죠. 그래서 도어가 신기하게 열린다거나, 차 내 내비게이션 화면이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기믹’에 열광하게 됩니다. 실용성 측면에서 보면 딱히 더 나을것도 없고, 대부분 고가의 차량에 채택되는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런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리트럭터블 라이트’입니다. 밝은 낮에는 숨어있다가 필요할 때 짠 하고 나타나서 앞을 비춰주는 방식의 헤드램프인데요. 리트럭터블 라이트에 관한 이모저모를 ABC타이어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정해진 규격 써야하는 미국 규제 때문에 보급

리트럭터블 라이트는 다른 말로 숨어있다고 해서 ‘히든 헤드램프’, 혹은 튀어나온다고 해서 ‘팝업 라이트’라고도 불립니다. 과거 포르쉐 모델에 주로 탑재되어 고급차의 이미지가 강한데요. 일본에서는 80년대 이니셜D로 유명한 AE86 트레노에 탑재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리트럭터블 라이트는 1936년 코드 사의 리틀 두센버그에 탑재되었습니다.

리트럭터블 라이트는 국산 자동차에도 탑재된 적이 딱 한번 있습니다. 바로 1996년 식 기아 엘란입니다. 당시 엘란은 여러모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역사적인 모델인데요. 국내 최초의 양산형 스포츠카이기도 했고, 국내 최초의 오픈카 타이틀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1996년이면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당시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영국의 로터스의 생산라인을 인수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리트럭터블 라이트를 비롯해 컨버터블 등 여러모로 파격적인 설계 덕분에 당시 오렌지족을 포함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주목을 받았으나, 2750만원이라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같은 해 출시된 티뷰론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비운의 운명을 맞습니다. 게다가 그 이듬해에는 IMF까지 터지며 기아는 결국 현대에 흡수합병하게 되지요. 하지만 당시 몇 대 만들어지지 못하는 희소성 덕분에 지금은 중고차 시장에서 귀한 매물 취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멋있는 것 이외에 장점은 ‘글쎄’

리트럭터블 라이트가 그렇게 많은 자동차에 채택된 기능은 아닙니다. 애당초 리트럭터블 라이트가 등장한 이유가 미국의 규제 때문인데요. 자동차 모양과 상관없이 라이트는 정해진 규격 제품을 써야 한다는 규제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이후 이러한 규제는 철폐됐고 리트럭터블 라이트 역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리트럭터블 라이트는 겉 보기에 신기하고 멋있는 것 이외에 주행상 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뭔가 튀어나온다는 점에서 공기저항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가 배선과 모터에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요즘 출시되는 양산형 자동차 중 리트럭터블 라이트를 채택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00년 초반 이후로 거의 멸종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도 리트럭터블 라이트는 뭔가 변신로봇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에는 일부러 리트럭터블 라이트가 장착된 클래식카만 수집하는 마니아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규제가 살아있던 당시 미국에 차를 수출해야 하는 일본 자동차에도 많이 장착되어 있고, 페라리, 콜벳, 알파 로메오 등 올드 클래식 스포츠카 역시 유선형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리트럭터블 라이트가 주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리트럭터블 라이트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물론 주행성도 중요하고 관리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왠지 남자의 로망을 위해서 다시 한번 리트럭터블 라이트가 채택된 자동차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ABC타이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출처: https://m.post.naver.com/abctire1 – ABC타이어 포스트]